대표적인 유스 컬쳐인 스케이트보딩은 실패와 민폐를 전제로 합니다. 도쿄 올림픽 스케이트보딩 금메달리스트인 유토 호리고메조차도 모든 기술을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하고 풀-렝쓰 스케이트보드 비디오에서 건물 관리인에게 쫓겨나는 장면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입니다. 언제나 다치고 깨지고 누군가 에페 피해를 주기 일쑤지만 이것이야말로 유스 컬쳐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합니다. 어른이 되면 지킬 것이 많아져 한 번의 실패가 두렵고 용서받기도 쉽지 않지만, 어리다는 것 빼면 아무것도 없는 청춘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.
사실 스케이트보딩은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시도하는 마음도, 사람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타는 마인드도 좋지만 역시 대중들에게 가장 멋지게 인식되는 건 패션일 겁니다.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에 반스 하프캡을 신고 머리엔 비니나 캡모자를 쓰는 스타일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있지 않아도 꽤 그럴싸하게 보이죠. 물론 스케이터들에게 포저(Poser)라고 욕먹을 수도 있지만 포저가 있어야 브랜드들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. 처음엔 포저일 순 있겠지만 패션을 통해 점차 스케이트보딩 문화에 관심을 갖고 비기너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문화의 저변 확대 측면에서는 좋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.
아직 국내 스케이트보딩 인프라는 열악한 수준인데요, 많은 스케이터가 사랑하는 유서 깊은 스케이트파크인 컬트(훈련공원)이 올해 더 이상 스케이트보드를 탈 수 없는 도심형 공원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합니다. 만약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든 못 타든 이 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뉴욕의 스케이터들이 톰킨 스퀘어 파크를 지켜냈던 것처럼 우리도 함께 컬트를 지켜냈으면 합니다.